버지니아 형사기록 삭제하기


<사진 출처: needpix.com; tigerlily713 (pixabay.com)>



아무래도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예전 범죄 기록을 삭제할 수 없는지 문의해오는 의뢰인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아쉬운 점이, 실제로 범죄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범죄기록을 말소할 수 있는 경우와 그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할 예정이다. 참고로 필자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버지니아 주법을 기준으로 하겠다.


1. 범죄기록 삭제의 조건

형사기록 삭제의 정식 명칭은 영어로 expungement라고 한다. 버지니아 주법은 다른 주들보다는 범죄 기록 삭제 기준이 엄격한 편인데, 쉽게 말하면, "정말로 무고한 사람만" 범죄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물론 소년범죄 사건은 다르게 취급되지만 나중에 따로 언급할 예정) 즉, 그 말은 "유죄 기록은 결코 삭제되지 않는다"라는 말과 동일한다. 즉, 양 극단의 예를 들자면, 전자는 정말로 죄가 없는 순수한 무죄인 사람이 있겠고, 후자에는 재판이나 유죄 인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이 흑백으로 떨어지지 않듯이, 양 극단 사이의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죄는 지었지만 검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철회한다든지, 유죄 인정을 했지만 사건이 판사의 권한으로 기각된 경우 등이 있다. 혹은 기소가 중간에 변경된 경우에도 제한적이나마 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죄를 지었지만 검사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철회하는 경우. 의외로 흔한 편이다. 절도 사건이나 폭행 사건의 경우 실제 범행 현장을 목격했던 목격자나 피해자가 법원에 출두에서 진술을 해야만 유죄의 입증이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경찰 심문 과정에서 자백을 한 경우에는 증인이 필요 없지만, 대개는 증인의 증언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증인들도 사람인지라 먹고살기 바빠서 법원에 출석을 못할 수도 있고, 혹은 법원 출석 날짜를 잘못 알아서 출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검사는 공판을 연기하든지 기소를 철회하든지 해야 하는데 사건이 많은 경우 차라리 기소를 철회하는 경우를 택한다. 이 경우, 체포 및 기소 기록은 삭제가 가능하다.

둘째, 유죄 인정을 했지만 판사의 재량으로 사건을 기각시킨 경우. 보통 선고유예라는 절차로 불리며 영어로는 deferred disposition 혹은 suspended imposition of sentence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경범죄의 초범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피고인이 기소 내용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 판사가 선고를 1년 동안 유예하고, 선고 전까지 피고인이 일정 시간의 사회봉사 및 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자중의 시간을 가지는 등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판사가 선고날에 기소를 기각시키는 절차이다. 이 경우, 기소는 dismiss 되었어도 체포 및 기소 기록은 삭제가 불가능하다. (왜냐면 피고인이 서류상으로만 무죄지,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무죄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최초 기소된 내용과 다른 기소 내용으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 이 경우 제한된 조건 내에서 최초 기소 내용을 삭제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A가 있다고 하자. 실제로 A 씨는 음주운전을 했지만, 운이 좋게도 혈중 알코올 농도 검사 결과가 기준치에서 오차 범위에 들어 있어서, 검사가 공판을 진행할 경우 무죄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는 유죄협상 과정에서 기소 내용을 음주운전보다는 덜 심각한 난폭운전으로 변경하며 처벌도 집행유예로 끝날 수 있게 하는 대신, 피고인이 난폭운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만약 A 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사건은 음주운전으로 시작됐지만 난폭운전 유죄로 종결되는 것이다. 이 경우, A 씨는 음주운전 기소에 대해서는 명목상 "무죄"인 것이기 때문에, 음주운전에 대한 기소 및 체포 내용은 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반대로 난폭운전 유죄 기록은 삭제 불가)

참고로 이 세 번째 경우에는 최초 기소 내용과 최종 유죄 내용이 서로 호환 관계가 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최초 기소 내용이 경찰관 폭행죄(Assault on Police Officer)인데, 최종 유죄 확정된 기소 내용이 일반 폭행(Simple Assault & Battery)인 경우, 경찰관 폭행죄는 일반 폭행죄를 포함하는 상위 범죄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경찰관 폭행죄에 대한 기록 삭제가 불가능하다. 앞서 음주운전과 난폭운전은 범죄구성요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음주운전 기록 삭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2. 범죄기록 삭제 절차

기록 삭제 절차는 민사사건으로 간주된다. 그 말은 기록 삭제를 원하는 사람이 법원에 진정서(petition)를 제출함으로써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피고는 해당 사건을 진행했던 검사 사무실이 된다. 진정인은 기록 삭제 진정서와 함께 자신이 기록을 삭제하려는 사건의 법원 공식 서류 복사본(certified copy)을 첨부해야 된다. 더불어 판사가 기록 삭제를 허가할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판결문 초안도 같이 첨부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근 경찰서에 가서 본인의 지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범죄 기록은 개인의 지문 정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서는 이를 바탕으로 신원조회를 거친 후에, 결과물을 법원에 전송한다.


신원조회를 통한 진정인의 범죄 기록이 법원에 전송되면, 법원은 심리 날짜를 정하게 된다. 이 경우 진정인이 혼자 혹은 변호사를 대동해서 심리에 출석한다. 이 심리에는 검사도 출석하며, 만약 기록 삭제에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진정인에게 변호사가 있는 경우, 이미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할 당시 이미 삭제 가능성에 대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경우이기 때문에 심리에 대한 반론으로 심리가 길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판사가 기록 삭제를 허용하면, 최초에 진정인이 작성한 초안 명령서에 서명을 하게 되고, 이는 각 수사기관이 배포되어 해당 진정인의 범죄 기록에 대한 삭제 명령이 내려지게 된다. 사실 정확하게는 해당 기록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경우에 열람에 불가능하도록 봉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중에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혹은 경찰관 채용 시 법원에 허락을 받아 열람할 수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3. 유소년 범죄기록

마지막으로 버지니아에서는 미성년자(18세 미만)가 경범죄를 저지른 경우 소년 법원에서의 기록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는 유죄 기록도 포함되는데 해당 미성년자가 19세가 된 이후, 마지막 심리가 있은 후 5년이 지나면 기록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그러나 만약 교통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 기록이 DMV에 넘어가는데, 이 때는 해당 미성년자가 29세가 되는 해에 기록이 삭제된다. 한편, 미성년자가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기록이 삭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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