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국선 변호인 제도


Earl Gideon (출처: Florida State Prison, https://www.floridamemory.com/items/show/166306)

1963년 연방대법원이 수정헌법 6조에 근거하여 "모든 형사 피고인은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Gideon v. Wainwright)라고 판결한 이후,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되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란다 고지(Miranda Warning)"에도 반영되어 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한 때 버지니아 국선 변호인 사무실(public defender's office)에서 몸을 담았고, 현재는 국선전담 변호사(court-appointed counsel)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버지니아의 국선 변호인 제도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버지니아의 국선 변호인 제도

버지니아의 국선 변호인 제도는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하는 국선 변호인(public defender)이고, 다른 하나는 국선전담 변호인(court-appointed counsel)입니다. 국선 변호인은 지역 국선 변호인 사무실에 속한 변호사인데, 버지니아의 경우 웬만한 카운티나 도시마다 국선 변호인 사무실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irfax Public Defender Office 혹은 Arlington Public Defender Office 등) 물론 국선 변호인 사무실이 없는 지역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Prince William County) 각 지역 국선 변호인 사무실 대표 변호사의 직위는 Public Defender이고, 다른 소속 변호사들은 Assistant Public Defender라고 불립니다. (각 지역 검사장의 직위가 Commonwealth Attorney이고, 일반 검사들의 직위가 Assistant Commonwealth Attorney 인 것과 유사합니다) 국선 변호인 사무실은 버지니아 정부 산하 기관인 Virginia Indigent Defense Commission (VIDC)의 소속입니다. 이들 국선 변호인들은 해당 지역의 사건들만 처리하기 때문에 지역 판사와 검사의 성향을 잘 알고, 해당 법원의 실무/절차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선전담 변호인은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 변호사들 중에서 국선 사건들을 받기 위해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거친 변호사들입니다. 한국과의 비교를 위해서 국선'전담'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 이들 변호사들이 국선 사건만을 맡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에게 분배되는 국선 사건들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건을 수임하는 데 있어서 전혀 지장이 없어서 사선과 국선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변호사 비용을 주 정부에서 지급하지만, 실제 사선 변호사 수임료의 1/6~1/20 수준이라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돈보다 공익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선 사건을 수임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에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카운티 국선 변호인 사무실(Office of the Public Defender for Arlington County)에 잠시 몸을 담았었고, 현재는 알링턴 카운티(Arlington County)와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에서 국선 사건들을 받고 있습니다.]


2. 자격 기준(실형 가능성, jailable charge/offense)

법원이 국선 변호인이든 국선 전담 변호인이든 어느 한쪽을 지정해주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해당 변호인에게 보수를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인을 선임할 여력이 되지 않는 모든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선임받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최소 자격 요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첫 번째는 기소된 실형의 가능성(jailable sentence)이 있는 범죄에 기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위반(traffic infraction) 티켓을 받았을 경우에는 기껏해야 벌금이 최대 형벌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난해도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습니다. 물론 교통사건 중에서도 경범죄(misdemeanor)에 해당하는 난폭운전(reckless driving), 음주운전(DUI-Driving Under the Influence or DWI-Driving While Intoxicated), 무면허 운전(Driving without Operative License or Driving on Suspended License) 등 일부 교통사건들은 유죄로 판명될 경우 실형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국선 변호인이 선임될 수 있습니다.


3. 자격 기준(소득 수준, indigent)

위에서 "변호인을 선임할 여력이 없는 피고인"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기준은 개인의 연소득과 자산현황, 부양가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주/연방 정부에서 지급하는 공적부조(public assistance)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푸드스탬프나 메디케어, TANF나 SSI를 받는다면 이에 해당됩니다. 물론 이러한 공적부조를 받고 있지 않더라도 연소득이 연방 빈곤선(federal poverty guidelines) 기준 150% 이하면 국선 변호인 선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urce: http://www.healthreformbeyondthebasics.org/wp-content/uploads/2017/11/REFERENCEGUIDE_Yearly-Guidelines-and-Thresholds_2019.pdf

즉 위의 표에서 1인 가구의 경우 연 소득이 $18,210 미만이면 국선 변호인을 선임받을 수 있으며, 부양가족이 늘어날 때마다 $24,690 (부양가족 1명, 본인 포함 2인 가구), $31,170... 이런 식으로 허용 소득이 늘어납니다.


3. 국선 변호인의 장단점(혹은 사선 변호인의 장단점)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변호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선 변호인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선 변호인이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엔 각 장단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선 변호인의 장점

우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선 변호인들은 해당 법원에서 정한 자격과 경력을 갖춘 변호사들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능력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건을 배정하는 법원에서 자주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해당 법원의 판사와 검사의 성향, 법원 실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를 받아내고,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겠죠.


국선 변호인의 단점

단점은 변호사에 대한 의뢰인의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선의 경우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변호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변호사-의뢰인 관계가 성립됩니다. 그러나 국선 변호인은 법원이 지정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특정 국선 변호인에 대한 선택권이 없으며, 무료 변호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당 변호인에 대한 협조나 신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인 입장에서 (특히 국선 변호인 사무실 소속 변호사의 경우) 업무량과 의뢰인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모든 의뢰인들에게 사선 변호사만큼의 관심을 갖고 각각 사건에 집중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국선 변호인들은 의뢰인들로부터 직접 수임료를 받지 않고, 그 보상도 매우 적기 때문에 의뢰인의 긴밀한 협조가 없으면 변호인이 사건을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필자도 국선전담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종종 국선 사건으로 다루기 어렵거나 비협조적인 의뢰인이 배정되면 과연 어디까지 의뢰인을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한 내적 갈등을 종종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가끔 "공익을 위한다"라는 초심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죠.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맺으며...

지금까지 버지니아 국선 변호인 제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형사 사건의 피고인이 된다는 것은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는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변호인이 있으면 이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단 한 번의 형사 사건이 평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인 만큼 피고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건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선 변호인 제도에 대해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답글을 통한 의견이나 질문 모두 환영합니다.


글: 김정균 변호사 (버지니아/DC/뉴욕 주 변호사)

형사사건 전문 대표변호사, Ballston Legal PLLC (www.ballstonleg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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