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왜?


<George Floyd와 경찰관 Derek Chauvin, 출처: https://www.seiu721.org/2020/05/demand-justice-for-george-floyd-we-cant-breathe-until-justice-is-served.php>


George Floyd의 사망사건과 관련해서 미국 전역이 뜨겁다. 내 업무상 의뢰인 중에 흑인이 많고, 법원에서 주로 검사 측 증인으로 상대하는 사람들이 경찰관이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하여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미리 고백하지만 나도 미국에서 형사 실무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종차별적인 성향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이고,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예전에 내 사고방식이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 것이라는 변명을 해볼 수도 있다. 사실 무엇이 인종차별인지에 대해서 깨달은 것도 미국에서 법을 공부하며, 미국 문화와 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난 이후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에서 평생 태어나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들보다는 인종차별에 대해 둔감한 편인 것 같다.

어쨌든, 나도 한 때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카투사 복무 시절에도 미군 중에 흑인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주로 사고 치는 사람들 중에 흑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흑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사고방식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것은 나중에 LSAT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미국 감옥에 흑인이 많다고 해서, 당신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흑인이 잠재적 범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은 조건부 확률을 완전히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찰관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런 논리적 오류를 계속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통계적으로 수감자들 중에 흑인이 많은 것 팩트다. 그렇지만 위에서 처럼, 그 사실만을 가지고 모든 흑인이 잠재적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경찰관들은 무의식 속에서라도 흑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범죄자일 확률이 높다는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죄추정의 극단적인 결과가 바로 Eric Garner나 George Floyd 같은 사건들이다. 즉, "이 사람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만큼 체포 과정에서 거칠게 대하거나 어느 정도의 인권침해는 괜찮다. 어차피 잘못된 행위로 벌을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라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경찰관 대다수가 로스쿨은커녕 학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도 드문데, 그 좁은 식견으로 마음속으론 이미 판사가 되어 피고인에게 유죄를 내리는 것이다.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경찰을 통해 입건 및 기소된 경우, 검사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에서 유죄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그나마 검사가 경찰관과 다른 점은 헌법의 기본권인 적법절차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표면적으로나마 지키려고 하며, 변호인의 법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검사들도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실무에서 수도 없이 경험했다. (심지어는 그러면 안 되는 판사들도 유죄추정을 하는 경우도 봤다) 이들이 유죄추정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지나친 확신과 정의감 때문이다. 더불어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당연히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가 없다. 경찰관과 검사는 이런 단순한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인데, 사람 일이란 게 항상 그렇게 되진 않기 때문에 만약 본인이 생각하기에 정말 유죄인 사람이 무죄로 판명 나는 것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있다. 이 경우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정말로 그 사람이 정말로 무고한 사람이었을 경우가 있고, 두 번째는 유죄는 맞지만 검사나 경찰관의 실수나 기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유죄 입증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유형 중에서 경찰관이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사실 전자의 경우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매우 드물고,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검사나 경찰관들에게는 엄청난 악몽이기 때문에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아예 그런 가능성 조차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문맥을 보면, 경찰관이나 검사의 "유죄추정의 원칙"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유죄추정의 원칙이 발동되었으면, 그다음부터는 "확증편향의 오류"가 그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일단 이 사람이 유죄라고 확정 지었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이 사람이 유죄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종이다. '아 내가 경찰/검사 생활하면서 체포했던 사람들 중에서 흑인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하거나, 유죄로 판결 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 흑인은 유죄일 거야'라는 것이다.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에 대니얼 카너맨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은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보고나 들을 때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시스템 1의 과정이고, 어떤 복잡한 수학 문제를 논리적으로 고민하며 푸는 것은 시스템 2가 작용한 것이라고 한다. 시험으로 비유를 하자면, 지문과 질문을 훑어보고 감으로 답지를 찍는 것은 1번 시스템을 사용한 것이고, 지문과 질문을 단어 하나하나 분석해서 각 답지에서 오답을 소거하여 정답을 찾는 것은 2번 시스템을 사용한 것이다.

형사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경찰, 검사, 판사, 심지어는 변호인들 조차도 1번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어떤 사람이 특정 범죄에 기소되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그리고 한쪽 증인의 말만 듣고도 특정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금방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형사 절차법은 이러한 섣부른 직관적인 판단을 막기 위해서 재판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시스템 2"를 활용하도록 강제한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최적의 시스템도 그 사용자부터 올바르지 않다면, 시스템 자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에 현재 미국 형사제도의 문제점이다. 형사 법 체계와 절차 법은 감히 세계 최고라 할 만큼 정교하고, 잘 짜여 있지만 실상 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자주 본다. 물론 아무래도 변호인을 대리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그렇다고 느끼는 편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George Floyd 같은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어느 정도 나의 관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형사 변호인의 역할은 비유하자면 "일산화탄소 감지기" 같은 것이다. 예전에 가난한 시절 연탄가스에서 일산화탄소가 방출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곤 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도 노출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기체이다. 형사 제도에서 유죄추정의 원칙은 일산화탄소 같은 것이다. 여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형사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이 유죄라고 간주하여 인격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이런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변호인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알람을 울리는 역할인 것이다. (그래서 종종 판사나 검사는 우리들을 squeaky wheel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참고로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속담을 영어로 하면 "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이다)

다시 인종차별이란 주제로 돌아가면, 나도 실무를 하면서 수많은 흑인 의뢰인을 대리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도 우리 같은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라는 점이다. 흑인이라고 해서 그 사람들이 특별히 범죄자일 확률이 높은 것도, 가난한 것도, 교육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을 두려워하고, 심지어 같은 흑인들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인종들의 편견과 인종차별 때문에 인생전반에서 불이익을 당하며, 이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학 젊은 흑인 대학생을 대리할 기회가 있었다. 정확한 기소명은 기억이 안 나지만, 초범이었고 비교적 가벼운 범죄라서 초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면 기소를 기각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공판 기일에는 의뢰인의 양 부모와 형제자매까지 참석했다. 그중에 내가 부모들에게 "기소 자체는 기각되지만, 체포 기록은 남을 수 있다"라고 했는데, 그 엄마라는 분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 걱정 마세요, 우리 흑인들은 범죄 기록 하나쯤 다 하나씩 갖고 살아요. 남편도 소싯적에 범죄 기록을 얻은 적이 있어요. 우리 아이는 언제쯤 생기려나 하고 있었는데, 이제 기록 하나 생기는 걸 보면 애가 다 컸나 싶기도 해요."

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자조적인 말을 들으니, 어디에선가 읽었던 "흑인들 중에 3명 중 1명은 평생에 한 번은 감옥에 가게 된다"라는 통계가 진짜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느끼며, 한편으로는 그러한 상황에 처한 그들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George Floyd와 Eric Garner는 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이 시각 미 전역에도 일어나고 있는 경찰관의 과잉 무력사용의 관행이 쌓이고 쌓이다가 뭉쳐있던 고름이 터지듯, 빙산의 일각이 표면에 잠시 드러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러한 전국적인 시위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이러한 사건이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경찰 내부에서도 동일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자성의 노력을 하면 이러한 내부 관행이 완전히 근절되지는 못하더라도 사건의 발생 빈도나 강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더불어 요즘은 bodycam이 정착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더욱더 조심하고 신중한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Floyd 사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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